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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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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4   2009.09.0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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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국화



                                                                  김  정  현


  기억하고 싶지도 않은 어느 날 밤이었습니다. 갑자기 머리가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견디기 힘든 상태는 아니었지만 한 번도 이런 일이 없던 나로서는 몹시 당황했습니다. 낮에 있었던 일을 곰곰이 생각해보아도 좋은 벗을 만나 대화를 나눈 것 이외에는 신경을 건드릴만한 일이 없었습니다. 밤은 깊어가는 데 불안했습니다. 손바닥에 힘을 주어가면서 머리 마사지를 해보아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토요일 밤 한 시 약국도 모두 문을 닫았고 다음 날은 휴가철이 낀 일요일이어서 걱정이 앞섰습니다. 약장 문을 열고 아무리 뒤져보아도 머리 아플 때 먹는 흔한 상비약 하나 보이지 않았습니다. 머리 아픈 것과 나와는 상관없는 것으로 여겨왔기 때문이지요. 도저히 잠이 올 것 같지 않고 마음은 자꾸 초조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운동화를 신고 살며시 집을 빠져나와 적막만이 감도는 아파트 주변을 걸었습니다. 

늦은 밤인데도 어디를 가는지 자동차는 쉴 새 없이 달리고 있었습니다. 멀리 환하게 불을 밝히고 있는 편의점이 보였습니다. 학생 때 단거리 마라톤을 잘했던 나의 실력을 한껏 뽐내며 단숨에 달려갔습니다. 급하게 되면 없던 힘도 어디선가 솟아나오나봅니다. 혹시 머리 아플 때 먹는 약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런 것은 없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주인이 괜스레 미웠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시계만 쳐다보며 잠을 자지 못했습니다. 머리는 여기저기서 순서대로 우지끈거리고 혹시 자다가 병원에 실려 가는 것이 아닌지 정신력 하나 누구 못지않게 강하다고 여겨왔었는데 이기지 못하는 자신이 한심스러웠습니다.

유난히 어둡고 긴 밤은 그렇게 뜬 눈으로 지나갔습니다. 다음 날 간간이 기분 나쁜 머리 상태를 유지하며 약국을 찾아 나섰습니다. 동네 작은 곳부터 시작해 종합병원 앞 대형약국에 이르기까지 모두 문을 닫았습니다. 급한 환자는 이런 식으로 병원을 찾아 헤매다 죽을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머리를 몇 번 때리면서 진정시키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내일을 기약하며 포기를 하고나니 또 다시 찾아오는 밤이 무서웠습니다. 모든 통증은 밤이면 더 심하게 나타나기 때문이지요. 두려운 마음을 잠재우기 위해 밤늦게까지 좋아하는 차나 술처럼 실컷 퍼 마시며 잊어버리고 싶어 한 지인을 찾았습니다. 그는 또 바람처럼 어디론가 가고 없었습니다. 며칠 전부터 해바라기를 보러 가자더니 혼자 떠난 모양입니다.

  약을 찾아 헤매다 별다른 방법이 없어 또 다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이틀 동안 하고 다닌 짓으로 보아서 쉽게 죽을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석양빛이 곱게 비쳐드는 식탁 앞에 앉았습니다. 녹차를 우리기 위해 찻물을 끓이는 순간 번개처럼 국화차가 떠올랐습니다. 해마다 가을이 되면 다음 해 국화차가 나올 때까지 마실 것을 준비해 두곤 하는데 왜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까요. 구세주를 만난 듯 반가웠습니다. 따뜻한 물속에서 예쁘게 피어나는 노란 국화에게 수없이 고맙다는 인사를 하며 긴 시간 차를 마셨습니다. 안개가 걷히  듯 서서히 머릿속이 맑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꿈도 없이 행복한 잠을 잤습니다.

머리가 아플 때 안정제로 쓰인다는 말은 국화차 마니아들로부터 들은 바 있지만 직접 경험하기로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가끔씩 너무 피곤해 쉽게 잠이 들지 않을 때 국화차는 수면제 역할도 해준다고도 들었습니다. 무한한 자연 치유력을 지닌 국화차를 가까이 두고서도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한 어리석음을 탓해봅니다. 어떤 것이 두통인지를 모르면서 오늘까지 잘 살아온 저는 이 번 기회를 통해 국화차의 효능을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필요한 이들에게 자신 있게 추천할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가을 신선님께선 어떻게 국화차와 인연이 되셨는지요. 오고가는 길손들에게 좋은 차를 언제나 대접해 주실 수 있는 환경을 가지고 사는 것이 부럽군요.

사노라면 누구나 다 신경이 예민해질 때가 있습니다. 그 땐 조용히 앉아 국화차를 드셔보세요. 기분까지 업! 된답니다.

  가을 신선님 마당 가득한 국화에게 안부전해주세요. 봄부터 소쩍새가 울었던 이유를 이제사 알았다고요. 가을 들녘을 오랫동안 지키고 소리 없이 겨울 속으로 멀어져간 국화, 그 국화꽃이 더 좋은 차 되어 찾아올 날을 기다리며 국화차를 사랑하는 가족 여러분의 건강을 빕니다.




                                                달구벌에서 여경

 

 

안녕하세요? 가을신선입니다.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생이 많으셨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다행히 잘 주무셨다니, 정말 국화차가 두통과 불면증에 효과가 있는게 증명되었네요.

오늘은 아침 일찍 일어나 집앞 뚝길을 한시간 걸었습니다. 가을 아침공기가 얼마나 상쾌하던지, 수줍은 연노란색 달맞이꽃 마냥 저도 행복한 미소를 보내며 자연이 주는 위대함에 답했습니다 감사함을....

저녁 산책길은 반디불의 향연을 즐길 수 있어서 좋지요! 여기가 청정 지역인가 봐요?

달빛과 별빛으로  조명한 가을밤 무대! 멋지지요? 요즘 제가 이 가을 공연을 매일 즐긴답니다. 시골 아줌마가 누리는 특권이지요!!!!

여경보살님 자주 찿아주세요!

제가 마음을 다 알뜰히 담아 놓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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