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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한 것이 곧 범상한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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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49   2006.07.26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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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천(孤천) 거사님 댁을 방문한 날 그분께 들은 이야기다. 옛날 중국에 다호(茶壺, 차우림 그릇)를 잘 만드는 도공이 있었다고 한다. 이 분은 장인적 자존심이 대단해서 여간 마음에 들지 않고선 다호를 만들어 함부러 주지 않았다.

한 번은 그 고을을 다스리는 수령이 다호를 부탁해 한 점 만들어 주었다 한다. 현감은 잔치를 열어 저명한 다인들을 불러 모은 뒤 그 다호를 마음껏 자랑했다. 그런 후에 시녀를 시켜 다호를 제자리에 놓아 두도록 하였는데 시녀가 조심이 지나쳐 그만 땅에 떨어뜨려 다호가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화가 난 고을 수령은 시녀를 철사줄로 묶어 매단 후 피가 나도록 매질을 했다는 것이다. 이 말을 전해들은 도공은 "나의 재주가 천하에 이름난 기특한 재주라고 하지만 나의 재주로 인하여 사람이 고통을 당한다면 진정 훌륭한 재주가 아니다" 라고 크게 외치며 도공의 옷을 벗어 던져 버리고 평범하게 평생을 살았다고 한다.

일제시 해인사 주지를 하시던 어떤 스님이 일찍 일본에 유학하여 일본 차법도를 야무지게 익힌 분이 있었다. 경성에 있던 일본 총독이 해인사를 참배하기 위해서 대구를 거쳐 합천 경찰서장인 일본인 집에 유숙하게 되었다.

그날 밤 일본인 서장으로부터 총독은 일본 차법도에 맞게 차대접을 잘 받았다. 다음날 해인사를 두루 돌아보고 주지스님으로부터 차 대접을 받은 총독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차를 다루는 솜씨가 일본의 유명한 다인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다.
경성에 돌아간 총독은 대일본 황제의 신하가 조선인보다 차다루는 솜씨가 부족하다하여 함천 경찰서장직을 파직시키고 말았다. 결국 주지스님의 차 다루는 솜씨 때문에 합천 경찰서장의 목이 달아난 셈이다.
이 사실을 알게된 주지스님은 "재주란 지나치면 여러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법이다. 이번 경찰서장 파직사건은 나에게 큰 공부를 시켜 주었다" 라고 말씀하셨다 한다.

사람이 지니고 있는 재주나 학문이 교묘해지면 세상 사람들로부터 사랑과 미움을 함께 받게 되는 법이다. 평생을 익힌 재주나 학문이 교묘함을 넘어서서 반드시 졸(拙)해져야 모든 사람들에게 이익이 되는 범상한 재주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일상스러움을 평범이라는 말로 쓰고 있다. '평'이바로 '범'인 것이다. 평범한 것이 참으로 범상한 것이라는 말이다. 범상한 사람이야말로 자극히 평범해 질 수 있는 것이다.

선문에 '평상심(平常心)이 도(道)'라는 말이 있다. 앞의 말과 똑같은 뜻은 아니지만 그 말의 여운은 흡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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