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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제다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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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83   2006.07.26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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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에 가면 다문이라는 찻집이 있어
그 쥔장은 야생차를 고집하는데
그 양반따라 순창 해문산 야생차를 따러 갔다.
여린 찻잎 다시 말하면 차의 잎
차의입! 차의 입술!
햇살과 바람과 이슬을 마시는 차나무의 입을
그 야들야들한 갓난 아이의 입술같은 차잎을
잔인하게 또옥똑 따는 것을 보고
다시는 차를 마시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 어린 잎순들을 잘 달구어진 가마솥에 넣고 덖어서
꺼내어 덕석위에 솥아내고
손으로 부벼서 찻잎에 상처를 낸다.
찻물이 잘 우려 나오게 하기 위함이리라.
그러기를 아홉번이라
아아 잔인하고 모진 제다법이여
다시는 차를 마시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그렇게 완성된 차를 시음해 보시라
갓 만든 차를 다관에 넣고 물을 붓자
영영 죽어버릴줄 알았던 찻잎들이
잘 익은 물 속에
제가 마신 해문산의 하늘과 구름과 바람을
다 품어 웃는데
아홉번의 가마솥 모진 연단을 연녹색 향기로 빚어 내 놓는데
그리곤 아무일 없다는 듯
애초에 나무에 매달렸던 그 형상으로 돌아가
물고기처럼 다관속에서 노니는데
그 차를 마시고도
그 차잎의 흉내를 한자락이라도 내지 못할 양이면
이승에서건 저승에서건
다시는 다시는 차를 마시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복     효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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